이재용 회장 직접 나선 '충청권 140조 투자' 선언

삼성이 충청권을 글로벌 초격차 소재·부품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약 14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은 2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날 직접 환영사를 맡아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4개 계열사 동시 참여…역대급 규모의 단일 지역 투자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 핵심 계열사 4곳이 동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삼성 역사상 단일 지역 기준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로 평가된다. 투자 대상 분야는 ▲최첨단 디스플레이 ▲HBM(고대역폭메모리) Fab ▲차세대 배터리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등 4대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집중된다. 충청권의 기존 산업 인프라와 지리적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에 고부가가치 OLED 클러스터 완성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사업장에 스마트폰·IT용, XR(확장현실)·자동차용, 휴머노이드·웨어러블용 등 고부가가치 OLED 라인을 증설해 최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OLED 시장은 스마트폰을 넘어 XR 기기,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웨어러블 등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어 선제적 생산 역량 확보가 시장 지배력 유지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산은 삼성디스플레이 본사 및 주요 생산시설이 집적된 거점으로, 이번 증설을 통해 글로벌 OLED 수요에 대응하는 전진기지 역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HBM Fab 5개 라인 신규 투자…AI 메모리 패권 경쟁 대응

삼성전자는 온양에 최첨단 HBM(고대역폭메모리) Fab 5개 라인을 신규 투자하고, 천안에서는 HBM 대응 설비 증설과 현대화를 병행 추진한다. HBM은 AI 가속기·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 생산 거점을 충청권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SDI, 천안에 차세대 배터리 마더라인 구축

삼성SDI는 천안에 마더라인(Mother Line)을 구축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검증하고, 이를 글로벌 생산기지 전역에 전파할 기술 허브를 마련할 방침이다. 마더라인이란 신기술·신공정을 가장 먼저 적용해 검증하는 선행 생산라인으로,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천안 마더라인은 삼성SDI의 기술 우위를 결정짓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 세종서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역량 집중

삼성전기는 세종에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Package Substrate) 설비를 대폭 확충하고,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및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AI 서버 수요 급증에 따라 고성능·고다층 기판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종을 거점으로 한 이번 투자는 부품 공급 내재화와 기술 독립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만개 일자리 창출…충청권 산업 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충청권에 양질의 일자리 25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산·온양·천안·세종 등 충청권 전역에 걸쳐 계열사별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협력업체를 포함한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에 강력한 낙수효과가 예상된다. 지역 내 중소·중견 부품·소재 기업들의 매출 확대와 고용 확충으로 이어질 경우,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첨단산업 전략과의 연계…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포석

이번 투자 발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자립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며, 삼성의 대규모 충청권 투자는 이러한 국가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 첨단 소재·부품의 국내 생산 기반을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대외 리스크 완충력을 높이고, 한국의 기술 주권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