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50% 붕괴…지방재정 자립 위기 현실화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2026년 현재 평균 48.3%로 집계되며 관련 통계 산출 이래 사상 처음으로 50% 선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도 지방자치단체 재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인 131곳의 재정 자립도가 30% 미만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 자립도란 지자체 전체 세입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재원이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수치 하락을 넘어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수도권 군 단위 지자체, 재정 자립도 10%대 추락
특히 전남·경북·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의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일부는 재정 자립도가 10%대까지 하락해 사실상 중앙정부 이전 재원 없이는 기본 행정 서비스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누리는 복지·교육·교통·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질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시의 재정 자립도가 80%를 웃도는 반면, 일부 농촌 군 지역은 15~18% 수준에 불과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극심한 편차가 재차 확인됐다. 이 같은 지역 간 격차는 단순히 예산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주민 삶의 질과 지역 경쟁력의 구조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구조적 악순환…인구 감소·부동산 세원 편중이 핵심 원인
재정 자립도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세 수입 기반 축소, 복지 지출 확대, 지역 간 불균형 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취득세·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목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어,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일수록 세입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개 지자체의 경우 최근 5년간 지방세 수입이 평균 12%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사회복지 의무 지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재정 압박은 이중으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 재원 비중 51.7%…'재정 자치' 형해화 우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및 국고보조금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세입 가운데 이전 재원 비중은 2026년 기준 51.7%에 달해, 사실상 지방 살림의 절반 이상을 중앙이 지원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전 재원 의존 구조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세출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 공간을 좁히고, 결과적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인 '재정 자치'를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일부 재정학자들은 국고보조금의 경우 중앙부처의 정책 기조에 따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지방이 자체적 수요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여력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 진단…이전 재원 확대만으로는 근본 해법 안 돼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단순히 이전 재원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자체 세원 발굴과 함께 중앙-지방 간 기능 재배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방 이양 사무에 비해 재원 이양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중앙과 지방의 사무 배분이 재정 배분과 연동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지방교부세의 배분 방식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역별 재정 수요와 세원 격차를 세밀하게 반영한 맞춤형 재정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와 현장 모두에서 높아지고 있다.
정부, 교부세 개편·지방소비세 인상 등 종합 대책 검토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재정 개편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와 기획재정부는 내국세 일정 비율로 산정되는 보통교부세의 배분 기준을 인구 소멸 위험 지수와 연계해 취약 지자체에 더 많은 재원이 흘러가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지방소비세 비율 추가 인상 및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통한 자체 재원 확충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나, 답례품 한도 조정과 세액공제 혜택 확대 등 제도 개선 없이는 실질적 재원 확충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초소규모 지자체 광역 통합 논의…행정 효율화의 갈림길
인구 1만 명 이하 초소규모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광역 행정 통합 유도책도 재정 효율화 차원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통합은 중복 행정 기능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재정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주민 자치 의식, 그리고 원거리 주민들의 행정 접근성 문제가 반드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행정 통합이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지역 정체성 약화와 주민 참여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회 입법 논의 본격화…하반기 정기국회 분수령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재정 구조 개선을 위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크게 ▲지방세법 개정을 통한 과세 자주권 확대 ▲지방교부세법 개정을 통한 배분 기준 정비 ▲국고보조금 통합·간소화 등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지방재정 문제는 단순히 예산 부족 차원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 행정 서비스 격차, 지방자치 실질화와 직결된 복합적 현안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자립도 제고를 위해서는 지방세제 개편, 세출 구조조정, 중앙-지방 사무 재배분을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과 함께 지자체 스스로의 자구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