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 전 '쇄신 시계' 일제히 가동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약 1년 앞둔 2026년 7월, 주요 정당들이 내부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들어 각각 당 쇄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완료하거나 개혁안 초안을 당 최고 의결 기구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대선 주기를 살펴보면 D-1년 전후가 정당 조직 개편과 공천 제도 손질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시점으로, 이번도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쇄신 경쟁이 단순한 이미지 제고를 넘어 실질적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 불신 심화…쇄신 요구의 구조적 배경

이번 쇄신 경쟁의 근저에는 장기화된 유권자 정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는 반면, '지지 정당 없음'을 표방하는 무당층 비율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와 수도권 중도층을 중심으로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각 정당이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대선 국면에서 결정적인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은 정당 개혁 논의를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쇄신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성격을 띤다.

국민의힘, 공천 투명화 3대 축 마련

국민의힘은 공천 제도 투명화를 핵심 개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는 경선 여론조사 방식 개편, 전략공천 요건 명문화, 공천관리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밀실 공천' 논란이 반복됐던 만큼, 공천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제도화하는 것이 유권자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 다만 친윤·비윤 계파 갈등이 여전히 수면 아래 잠복해 있어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내홍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도·2030 외연 확장 전략도 병행

국민의힘은 공천 개혁과 별도로, 중도층과 2030 유권자를 겨냥한 정책 플랫폼을 별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보수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청년·여성 당직자 비율 확대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당원 소통 강화도 외연 확장 방안의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단기적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당 정체성 재정립으로 이어져야 실효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오픈 프라이머리 확대·지방분권형 운영 추진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대적인 당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경선 참여 비율 상향과 함께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확대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당 관계자는 밝혔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경선 참여 문턱을 낮춰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목소리를 후보 선출 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중앙당 권한을 분산해 지역위원회 자율성을 높이는 '지방분권형 당 운영 모델'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내부 회의론…하향식 구조 타파 난항 예고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지도부 중심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내부 회의론은 과거 여러 차례의 개혁 시도가 흐지부지된 전례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확대가 기존 당내 권력 구조를 실질적으로 흔들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서는 개혁의 방향성보다 추진 동력과 이행 일정이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3지대 정당, 선제적 제도화로 차별화 승부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정당들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들 정당은 기성 정당과의 차별화를 명분으로 완전 개방형 경선 도입, 당직 연임 제한 강화, 청년·여성 의무 공천 비율 확대 등을 선제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실적인 조직력과 자금력 한계로 인해 구체적 실행에는 난관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학계 일부에서는 소수 정당의 개혁 시도가 오히려 대형 정당에 압력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정치 생태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 진단: "실행 의지와 이해관계 조정이 관건"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쇄신 움직임의 성패를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실행 의지'와 '내부 이해관계 조정 능력'을 꼽는다. 한 정치 전문가는 매 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쇄신 논의가 반복돼 왔으나 실질적 변화는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형식적 개혁에 그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제도적 완결성 없이는 아무리 선언적인 개혁안을 내놓아도 유권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각 정당이 내세운 개혁안이 실제 당헌·당규 개정과 선거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수개월간의 행보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향후 전망: 개혁 속도·이행 일정이 대선 판도 가를 것

대선까지 남은 약 1년은 각 정당의 개혁 속도와 이행 일정이 여론 향방을 크게 좌우할 시간이다. 개혁안이 당헌·당규 수준의 구체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진다면 해당 정당은 '변화하는 정당'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 반면 선언에 그치거나 계파 갈등에 발목이 잡혀 후퇴한다면, 무당층과 부동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쇄신 경쟁이 단기 이벤트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각 정당 지도부의 결단과 함께 당원·유권자의 지속적인 외부 압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