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며 서민 주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누적 4만 건을 넘어섰으며, 피해 금액은 수조 원에 달한다. 특히 2030세대 청년층과 사회초년생이 전체 피해자의 60% 이상을 차지해 '청년 전세 사기'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계약 전 기본적인 정보 확인만으로도 상당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등기부등본 열람이다.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700원에 열람할 수 있으며, 반드시 계약 당일 최신본을 발급받아야 한다. 확인해야 할 핵심 항목은 근저당권 설정 여부, 가압류·압류 내역, 소유자 정보 등이다. 예를 들어 시세 3억 원짜리 빌라에 이미 2억 5천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근저당권 합산액과 전세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지 않아야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등기부등본 확인과 함께 건축물대장도 반드시 열람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은 정부24 사이트에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으며, 위반 건축물 여부와 용도, 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사기 사례 중에는 불법 증축된 다가구 주택을 마치 합법 건물인 것처럼 속여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위반 건축물로 등재된 건물은 행정 처분이나 철거 명령을 받을 수 있어 보증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임대인 신원 확인도 필수 절차다. 계약 시 임대인 본인이 직접 참석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대리인이 나올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원본으로 요구해야 한다. 임대인의 신분증 사진과 등기부등본상 소유자 이름·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일치하는지 대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소유자를 사칭하거나 소유자와 짜고 허위 계약을 체결하는 '공모형 전세 사기'도 늘고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세 보증금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계약 후 잔금을 치른 당일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면 이후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후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이 생긴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의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 가입도 강력히 권고된다. 보증 가입 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주변 시세 대비 지나치게 낮은 전세가는 사기의 신호일 수 있다. 이른바 '깡통전세'는 전세 보증금이 집값의 80% 이상인 경우를 말하며, 이 경우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려워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이나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통해 인근 동일 면적·층수의 매매가와 전세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 전세 매물은 이유가 반드시 있으며, 중개사에게 저렴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 자격 확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공간정보포털 또는 각 지자체 부동산정보 시스템에서 해당 중개사무소의 등록 여부와 중개사 자격증 번호를 대조할 수 있다. 무등록 중개인이나 자격이 정지된 중개사를 통해 계약하면 피해 발생 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또한 중개 수수료를 법정 요율 이상으로 요구하거나, 계약을 서두르도록 압박하는 중개인은 공모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도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약 사항에 '잔금 지급 전 근저당 말소 조건',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조건' 등을 명시해 두면 추후 분쟁 시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계약서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자필 서명과 도장을 찍어야 하며, 계약서 원본은 반드시 임차인이 직접 보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표준 임대차 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지역 내 법률홈닥터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 계약서 검토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피해가 발생했거나 의심될 경우 즉각 신고하고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세 사기 피해 신고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1533-8119), 지역 주민센터 등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2023년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는 경매 유예 신청, 공공임대 우선 입주, 저금리 대출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 전 1시간의 확인이 수년간의 피해를 막는다'며 번거롭더라도 체크리스트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