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부터 9월 사이, 국내 식중독 발생 건수는 연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6~8월) 식중독 환자 수는 연평균 전체의 약 55%에 달했다.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한국의 여름 기후는 살모넬라·병원성 대장균·노로바이러스 등 주요 식중독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 시기 식중독 예방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가정 내 냉장고 관리다.

냉장고 내부 온도는 식중독균 증식을 억제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선이다. 냉장실은 0~4도, 냉동실은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해야 하며, 이 기준을 벗어날 경우 세균 번식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특히 냉장실 온도가 10도를 넘으면 살모넬라균의 세대시간(증식 주기)이 20분대로 단축돼 불과 수 시간 만에 위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거나 더운 음식을 바로 넣는 행동이 내부 온도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냉장고 내부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 원칙이 있다. 첫째, 음식물은 냉장고 용량의 70% 이하로 채워야 냉기 순환이 원활하다. 꽉 들어찬 냉장고는 냉기가 식품 사이사이를 순환하지 못해 실제 온도가 설정값보다 2~4도 높게 형성될 수 있다. 둘째, 갓 조리한 음식은 반드시 상온에서 한 김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한다. 뜨거운 상태로 냉장고에 넣으면 주변 식품의 온도까지 올려 연쇄적인 세균 증식 위험을 만든다.

식품의 위치 배치, 즉 '교차 오염' 방지도 냉장고 관리의 핵심 항목이다. 교차 오염이란 날고기·생선 등 비가열 식품의 세균이 다른 식품에 옮겨붙는 현상으로, 냉장고 안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날고기와 생선류는 반드시 밀폐 용기나 비닐백에 담아 냉장고 하단 칸에 따로 보관해야 하며, 채소·과일·즉석 섭취 식품은 상단 칸에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같은 냉장고 안이라도 위치만 달리해도 교차 오염 위험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냉동 식품의 올바른 해동 방법은 여름철 식중독 예방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다. 상온 해동은 겉면이 녹아 상온 상태가 되는 순간부터 세균이 급속도로 증식하기 때문에 절대 권장되지 않는다. 올바른 해동법은 세 가지다.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며, 급할 경우 흐르는 찬물(21도 이하)에 담가 해동하거나 전자레인지 해동 기능을 사용한 뒤 즉시 조리해야 한다. 한 번 해동한 식품은 다시 냉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재냉동할 경우 반드시 완전히 가열 조리한 뒤 식혀서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자체의 위생 관리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냉장고 내부, 특히 서랍과 선반 사이에는 식품 국물이나 이물질이 쌓이기 쉽고, 이 자체가 리스테리아균 등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최소 월 1회 이상 냉장고 내부를 비운 뒤 식품용 알코올이나 묽은 식초 희석액으로 닦아내는 것이 좋다. 또한 냉장고 뒷면 냉각 코일과 하단 배수구도 먼지와 습기가 쌓이기 쉬운 부위이므로 분기에 한 번은 점검하고 청소해야 냉각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고 '선입선출(FIFO)' 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식중독 예방에 직결된다. 2023년부터 국내에서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표시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어, 소비자는 해당 기한 내에 식품을 소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냉장고에 새 식품을 넣을 때는 기존 식품을 앞으로 당기고 새 식품을 뒤에 배치하면 오래된 식품이 먼저 사용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조리 후 남은 음식을 냉장 보관하더라도 24~48시간 이내에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며, 조금이라도 냄새나 색상이 이상하다면 미련 없이 폐기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냉장고 관리만으로 여름철 식중독의 모든 위험을 차단할 수는 없다. 식재료 구매 단계에서부터 신선도를 확인하고, 장보기 후 30분 이내에 냉장·냉동 식품을 집에 넣는 것이 이상적이다. 조리 전후로 손을 2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고, 도마와 칼은 육류용과 채소용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식품안전처는 '식중독은 예방이 치료보다 100배 쉽다'는 원칙 아래 냉장고 온도 유지, 손 씻기, 충분한 가열 조리를 3대 핵심 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여름, 냉장고 온도계 하나를 구비하는 것에서부터 안전한 식탁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