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강타한 전례 없는 폭염, 2천명 이상 사망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두 나라에서만 지난달 한 달간 2천명이 넘는 폭염 관련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폭염이 단순한 계절적 이상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초래한 구조적 재난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강도 높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럽 사회 전반의 기후 적응 역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장례식장 포화·사회 인프라까지 마비된 현장
사망자 급증은 의료 체계를 넘어 사회 기반 시설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파리 인근의 한 장례식장은 32구를 수용할 수 있는 시신 안치 공간이 완전히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평균 30~45% 수준이었던 여름철 장례식장 이용률은 전국적으로 66% 이상으로 치솟았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냉동 컨테이너 확보와 신속한 장례 절차 진행 등 긴급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2003년 유럽 대폭염 당시 프랑스에서만 약 1만5천명이 사망했던 역사적 사례를 떠올리게 하며, 당시와 유사한 사회적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역대 최고 기온 경신…취약 계층 직격탄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지난달 23일을 역대 가장 더운 날로 기록한 이후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사흘간의 사망자 수는 평년 동기 대비 약 1천명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특히 독거 노인, 만성 질환자, 냉방 시설이 없는 저소득층이 가장 취약한 집단임을 강조했다. 폭염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공중보건 정책과 사회 안전망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유럽·이탈리아·우크라이나까지 확산된 열돔 현상
이번 폭염은 서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 대륙 전반으로 확산됐다. 헝가리·슬로바키아 국경 인근 세체니 지역에서는 지난달 30일 기온이 42도까지 올라 국가 관측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탈리아는 전국 27개 주요 도시 중 25곳에 최고 수준인 적색 폭염 경보가 발령됐으며, 전쟁으로 에너지 기반 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된 우크라이나는 최소 5개 지역 전력망 운영업체들이 일부 시간대 전력 사용을 임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기후 과학자들은 이번 열돔 현상이 제트기류의 이상으로 인해 고기압이 유럽 상공에 정체되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하며, 기후변화가 이런 대기 패턴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의 기후 대응, 충분한가…적응 인프라의 현실
이번 폭염은 유럽연합(EU)의 기후 대응 정책이 과연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U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그린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적응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냉방 설비 보급률이 낮은 프랑스와 영국 등 북서유럽 국가들은 갑작스러운 고온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재난 대응뿐 아니라 도시 열섬 현상 완화, 녹지 확대, 취약 계층 냉방 지원 등 장기적·구조적 적응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엔 AI 과학패널의 경고: 기술이 불평등을 심화한다
한편, 유엔이 지난해 8월 설립한 국제 AI 과학패널이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이 초래할 위험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선진국이 AI 기술에 적극 투자하며 생산성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동안,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은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할 자원과 여력이 없어 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경제 성장률과 생활 수준의 격차로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과거 산업혁명이 선진국과 식민지 사이의 격차를 극적으로 벌렸던 역사적 전례와 비교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국가 내 양극화: 교육·연령·소득에 따른 사회적 분열
AI 기술 격차는 국가 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 국가 내에서도 교육 수준과 기술 숙련도에 따른 임금 격차, 청년층과 고령층 사이의 디지털 격차 등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숙련 기술직 종사자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임금을 유지하는 반면, 단순 반복 업무 종사자는 AI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AI 자동화가 중간 숙련도 직종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고용 구조 재편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재교육·사회 안전망 강화 정책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수 빅테크 기업의 부 집중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과제
유엔 보고서는 AI로 인한 경제적 수혜가 소수의 글로벌 테크 기업과 자본가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AI 기술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는 미국과 중국의 소수 빅테크 기업들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구조다. 이러한 독점적 구조가 방치될 경우 AI는 인류 공동의 이익보다는 특정 국가·기업·계층의 이해에 복무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공정한 접근과 혜택의 분배를 보장하기 위해 국제적 규범 마련과 다자간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유럽의 AI법(AI Act) 시행이 하나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두 위기의 교차점: 기후와 AI, 불평등을 공통분모로
폭염 피해와 AI 양극화는 겉으로는 별개의 사안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취약 계층과 개발도상국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냉방 인프라가 없는 저소득층이 폭염에 더 많이 희생되듯, 디지털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와 계층은 AI 혁명의 혜택에서 소외된다. 두 위기 모두 국제 사회의 연대와 구조적 정책 전환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재난 보도를 넘어 21세기 글로벌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명사적 과제를 상징한다. 기후 정의와 기술 정의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 국제 사회의 정치적 의지와 실질적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