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40% 늘었는데 성과는 제자리…구조적 모순 수면 위로
정부가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의 전면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7월 현재, 기존 수출 지원 체계의 중복·비효율 문제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성과 중심의 지원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수출 지원 관련 예산은 약 1조 2천억 원 규모로, 5년 전과 비교해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소폭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정책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수출 중소기업 수 감소세…신규 육성 대신 기존 기업 유지에 치중
수출 중소기업 수는 2023년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원 정책이 신규 수출 기업 육성보다 기존 기업 유지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수출 초보 기업이 처음 해외 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수출 온보딩' 구간에서 겪는 행정·물류·언어 장벽을 실질적으로 해소해 주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는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 체계가 신규 기업 발굴보다 검증된 기업 지원을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수출 저변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0여 개 사업 난립…기업 현장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른다"
지원 사업이 100여 개 이상 난립하면서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어떤 사업을 활용해야 할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수출 바우처,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무역금융 확대 등 주요 프로그램들이 각 부처 및 산하기관별로 분산 운영되면서 수혜 기업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분절화는 기업이 지원을 받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행정 비용을 높이고, 실제 수출 활동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행정 처리에 소모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복수의 기관에 유사한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하는 비효율 구조가 특히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에게 실질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효과 미흡" 절반 육박…현장 신뢰도 위기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상반기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수출 지원 사업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실질적인 수출 증대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원 신청 절차의 복잡성과 행정 부담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원 정책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혜 기업의 실질적 만족도와 신뢰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예산 투입의 효율성보다 사업 수 확대에 치중한 양적 팽창의 필연적 결과"라며 정책 설계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대 개혁 축 제시…통폐합·성과 연동·디지털·기술 고도화
정부 TF는 이번 개편의 핵심 방향으로 ▲지원 사업의 과감한 통폐합 ▲성과 연동형 지원 체계 도입 ▲디지털·전자상거래 수출 특화 지원 확대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위한 기술 고도화 연계 지원 등 네 가지 축을 제시했다. 성과 연동형 지원 체계란 지원금 지급의 조건을 사업 신청 단계가 아닌 실제 수출 계약·매출 발생 등 결과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진성 수출 기업을 선별하는 효과를 목표로 한다. 지원 사업 통폐합의 경우 유사 목적의 프로그램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단일 창구로 묶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접근성과 행정 효율을 동시에 높인다는 구상이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지원 두 배 확대…디지털 수출 패러다임 전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국경 간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한 지원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관련 예산을 내년까지 현행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마존·쇼피·큐텐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소규모 직접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물류·결제·현지 마케팅 등 디지털 수출 전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기반 수출 상담 플랫폼 구축을 통해 초보 수출 기업도 손쉽게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마련할 계획으로, 이는 기존 대면 중심 지원 방식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장의 기대와 우려…"실질 지원 절실" vs "잦은 변화 혼선 우려"
수출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한다. 경기 소재 부품 제조 중소기업 A사 대표는 "매년 새로운 지원 정책이 발표되지만 실제로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거나 현지 유통망을 뚫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 지원은 부족했다"며 개편 방향에 공감을 표했다. 반면 일부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한 혼선과 기존에 진행 중인 지원 사업의 갑작스러운 중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 연속성 확보와 충분한 이행 유예 기간 설정이 개편 과정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은 업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사항이다.
전문가 "수출 인력 양성·현지화 역량 등 중장기 과제도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실효를 거두려면 지원 사업의 단순화와 더불어 수출 전문 인력 양성, 현지화 역량 강화 등 중장기적 과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 성과 지표에 집착할 경우 실적이 눈에 띄지 않는 초기 수출 기업이나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이 다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단순 수출 물량 확대보다 부가가치 중심의 수출 질적 고도화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번 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중 중소기업 수출 지원 종합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업계와 학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