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2026년 들어 경제협력 심화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잇달아 진행하면서 양국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양국 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수소에너지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공급망 연계와 공동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전략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재계와 정계 모두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일 양국 경제단체는 올해 상반기 도쿄와 서울에서 각각 무역·투자 확대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핵심 광물 안정적 확보와 첨단 제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한국의 배터리·반도체 제조 역량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력과의 연계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 이후 양국 간 소부장 협력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욱 부각된 바 있다.

관광·문화 교류 회복세도 양국 경제 협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와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류 콘텐츠의 지속적인 인기와 엔화 환율 변동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민간 교류가 확대되고, 이는 정부 간 협력 논의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한일 경제협력 확대가 순탄하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론도 존재한다. 역사 인식 문제, 독도 영유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양국 관계가 언제든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실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 협력을 유지하되, 역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 채널도 함께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한일 경제협력의 장기적 성과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가 실제 기업 현장의 투자와 거래 확대로 이어지려면 규제 완화, 비자 제도 개선, 기술 표준 상호 인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열릴 한일 정상회담과 경제 각료 회의에서 어떤 수준의 합의가 도출될지가 양국 관계의 실질적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