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500만 명의 섬, 환경 위기의 임계점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 연간 1,500만 명을 웃도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관광지로, 이 숫자는 제주도 상주 인구(약 67만 명)의 22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폭발적인 관광 수요는 지역 경제의 활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태계와 지역 사회 인프라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라산 백록담 인근의 토양 침식이 가속화되고 해안 습지 오염이 심화되는 등 자연환경 훼손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생물권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희소한 타이틀을 보유한 섬이지만, 바로 그 명성이 과잉 관광을 불러들이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다.

오버투어리즘, 숫자로 보는 제주의 현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란 관광객 수가 지역의 생태적·사회적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의 관광객 밀도는 국토 면적 대비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하며, 성수기에는 하루 수만 명이 한라산 탐방로를 찾는다. 쓰레기 매립지 포화, 지하수 오염, 해안 산호 군락 훼손 등 복합적인 환경 지표가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광 강도가 지속될 경우 10~20년 내 제주 핵심 생태 자원의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주형 지속가능 관광 종합계획의 윤곽

제주특별자치도는 2026년 하반기 중 '제주형 지속가능 관광 종합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입도세 도입, 생태 탐방로 총량제, 탄소중립 관광 인증제 등 굵직한 정책 수단이 망라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오는 9월 '제주 지속가능 관광 포럼'을 개최해 종합계획 초안을 공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환경 당국과 관광업계 간의 이해관계 조율이 최대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도정은 균형 잡힌 로드맵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핵심 쟁점 '입도세', 왜 번번이 무산됐나

제주도는 지난 수년간 입도세(入島稅) 도입을 반복적으로 검토해 왔으나,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숙박·여행업계의 강한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어 왔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항공·선박 탑승 시 1인당 일정 금액을 부과하고, 조성된 재원을 환경복원기금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베네치아의 관광세, 부탄의 지속가능발전비용(SDF) 등이 유사한 모델로 운용되고 있어 국제적 선례는 이미 존재한다. 특히 부탄은 1인당 하루 최소 200달러의 지속가능발전비용을 부과함으로써 고가치·저영향 관광(high-value low-impact tourism) 모델을 정착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라산과 해안 생태계 복원의 시급성이 부각되면서 입도세 재논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생태 탐방로 총량제와 스마트 예약 시스템의 도입

제주도는 올해 초부터 한라산 국립공원과 오름 일대 탐방로에 대한 전면 실태 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일부 인기 오름에는 이미 요일제 입장 제한이 시행되고 있다. 도 환경정책과는 탐방로별 생태 수용 인원을 과학적으로 산정하고, 초과 예약을 자동 차단하는 '스마트 예약 시스템'을 2027년까지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사전 예약 의무화가 단기적으로 방문객 불편을 야기할 수 있지만, 탐방로의 장기적인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식생 파괴와 토양 다짐 현상은 한번 발생하면 자연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선제적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탄소중립 관광 인증제, 친환경 관광 생태계 조성 마중물

제주도는 숙박업·렌터카업·관광지 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친환경 운영 여부를 평가해 '그린 투어리즘'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증 업체에는 도세 감면과 공공 홍보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될 예정으로, 이는 규제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시장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경영에 나서도록 유인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제주도 내 전기차 보급률은 전국 최고 수준에 달하며, 렌터카 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수소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등 친환경 관광 인프라의 토대는 일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연구원은 인증제만으로는 관광 수용력 관리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수요 관리 정책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관광업계의 우려, 경제와 환경의 팽팽한 줄다리기

제주 관광업계는 환경 보전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 일변도의 접근 방식에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실질적인 보전 효과를 담보하면서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관광산업은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관련 고용 인구도 수만 명에 달하는 만큼 급격한 수요 억제 정책은 지역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환경 기여금 부과 방식과 사용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업계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선행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거버넌스 부재가 최대 걸림돌, 구조적 메커니즘 필요

전문가들은 관광 수익의 일정 비율을 환경세로 환원하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없이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현재 제주도, 중앙정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 관광업계, 환경단체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통합적인 의사결정 체계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지속가능 관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코스타리카나 뉴질랜드의 경우, 정부·지역 사회·산업계가 법적 구속력 있는 거버넌스 협약을 맺고 장기 로드맵을 공동 이행한 것이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타리카는 국토 면적의 25%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도 연간 관광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도 역시 이해 당사자 간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 선택, 국내 생태 관광 정책의 시금석

제주도가 이번에 추진하는 지속가능 관광 정책은 단순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설악산, 지리산, 울릉도 등 국내 주요 생태 관광지들이 유사한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직면해 있어, 제주의 정책 실험이 국내 다른 생태 관광지의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도 제주 사례를 '국가 지속가능 관광 모델'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종합계획의 성패는 국가 정책의 향방과도 맞닿아 있다. 관광과 환경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이 시대 모든 관광지가 맞닥뜨린 공통 과제이며, 제주도의 선택과 실행력이 그 해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