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대폭 손질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차량 가격 상한선을 기존 5,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낮추고,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국내 부품 조달 비율을 보조금 산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원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이에 따라 일부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한 보조금 체계는 소비자 선택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전기차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차량 가격 4,500만 원 이하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1%포인트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최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격대 차량으로 수요를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6,000만 원 이상 고가 전기차의 계약 취소 및 출고 연기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보조금 수혜 가격대에 맞춘 트림 운용 전략을 강화하고, 일부 모델의 기본 트림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 유지를 위해 자국 본사와 가격 협의에 나서거나, 추가 할인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보조금 정책 개편과 함께 이른바 '막달 쏠림' 현상도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별 보조금 예산이 소진되는 시점이나 분기 말이 될수록 계약과 출고가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조금 지급 방식이 불투명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소비자들이 불안 심리에 구매 결정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3월과 6월의 전기차 신규 등록 건수는 전월 대비 각각 두 자릿수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시장 구조를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단기적인 보조금 지원보다는 충전 인프라 확충과 장기 보유 세제 혜택 등 구조적 지원 방안이 병행돼야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2027년 이후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로드맵을 마련 중이며, 민간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과 시장 안정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