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건수는 공식 집계 기준 4만 건을 훌쩍 넘어섰으며, 피해 금액 합계는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조직이 적발되면서 사회적 충격이 컸다. 특히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목돈을 한꺼번에 잃기 쉬운 취약 계층의 피해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사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계약 전 철저한 사전 점검으로 대부분의 위험 신호를 걸러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이자 가장 기본적인 점검 항목은 등기부등본 확인이다. 계약 당일뿐 아니라 계약금 납부 직전, 잔금 납부 직전 등 최소 세 차례 이상 인터넷등기소에서 최신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의 '갑구'에는 소유권 변동 내역이, '을구'에는 근저당권·전세권·가압류 등 권리 제한 사항이 기재된다. 근저당 설정 금액과 보증금 합산액이 집값의 70%를 초과하면 경매 시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임대인 신원 확인이다. 계약 상대방이 등기부등본상 실제 소유자인지 반드시 대조해야 한다. 대리인이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원본, 그리고 임대인 신분증 사본까지 요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전세 사기 유형 중 하나는 임대인을 사칭하거나 소유자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었으므로, 가능하다면 임대인 본인과 직접 통화하거나 대면 확인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해당 주소지의 과거 거래 내역도 함께 살펴볼 것을 권장한다.

세 번째 항목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취득이다. 이사 당일 즉시 주민센터 또는 정부24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전입신고를 마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 도장을 받아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발생한다. 대항력이란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세입자가 낙찰자에게 계속 거주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며, 우선변제권은 경매 배당금에서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하루라도 늦추면 그 사이 설정된 근저당권에 밀려 보증금 보호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

네 번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전세보증보험 가입이다. 보증보험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 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2023년 기준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건수는 약 55만 건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그만큼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수치다. 보증료는 연 보증금액의 약 0.128~0.154%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며, 이를 '보험료 부담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필수 안전장치로 인식해야 한다.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는 실거래가 대비 전세가율 점검, 선순위 임차인 존재 여부 확인, 건축물대장 및 위반 건축물 여부 확인이다. 전세가율이 매매가 대비 80% 이상이면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 구간으로 분류된다. 선순위 임차인이 이미 거주 중인 경우에는 그들의 보증금까지 합산해 회수 가능성을 계산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은 정부24에서 무료로 열람 가능하며, 무허가 증축이나 불법 용도 변경이 확인된 경우 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거절될 수 있어 반드시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또한 해당 주택이 '위반건축물'로 등재돼 있다면 임차인 보호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

여덟 번째부터 열 번째 항목은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확인, 공인중개사 자격 및 사무소 등록 여부 확인, 특약사항 꼼꼼히 기재다. 임대인의 국세 및 지방세 체납 내역은 2023년 법 개정 이후 세입자가 동의 없이도 열람 신청이 가능해졌으므로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체납액이 크면 국가가 보증금보다 우선 징수하는 당해세 문제로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은 국가공간정보포털 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며, 미등록 중개업자는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약서 특약에는 '잔금 지급 전 선순위 채권 변동 시 계약 해제 및 계약금 반환' 조항을 명시하고,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분도 별도 확정일자를 받아야 보호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세 사기는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함에서 시작된다. 법조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약서 한 장에 수억 원이 달려 있는 만큼, 부동산 전문 변호사나 공인중개사의 사전 검토를 받는 데 드는 수십만 원의 비용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정부도 전세 피해 지원 센터를 전국 주요 도시에 운영 중이며, 피해가 발생한 경우 긴급 대출·법률 지원·임시 주거 등 복합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후 구제보다 계약 전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든 세입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