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약 14억 2천만 명)으로 올라섰다. 같은 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3조 7천억 달러를 기록하며 영국과 프랑스를 넘어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안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7년 전후로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숫자로만 봐도 인도의 부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인도 경제가 특히 주목받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인구 배당(Demographic Dividend)'이다. 인도 인구의 중위연령은 약 28세로, 중국(39세)이나 한국(45세)에 비해 훨씬 젊다.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35세 미만 노동 가능 인구로 구성돼 있어 향후 수십 년간 생산성과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반면 중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제조업 측면에서도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의 수혜를 인도가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애플, 삼성,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2023년 기준 전체 아이폰 생산의 약 7%를 인도에서 조달했으며, 2025년까지 이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인도 정부도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를 도입해 전자·배터리·의약품 등 핵심 분야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분야는 인도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다.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100개를 넘어섰다. 정부 주도로 구축된 '인디아 스택(India Stack)'—아다르(Aadhaar) 생체인식 신원확인,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 등—은 금융 소외 계층을 빠르게 디지털 경제로 편입시키는 인프라가 됐다. UPI 기반 결제 건수는 2023년 한 해에만 약 1,170억 건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실시간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넥스트 차이나'라는 낙관론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중국이 1990~2000년대에 걸쳐 제조업 중심 수출 주도 성장으로 수억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모델을 인도가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GDP의 약 17% 수준으로 중국 전성기(30% 내외)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또한 전력·도로·항만 등 기반 인프라 부족은 물류 비용을 높이고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회·구조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강점을 지니지만, 복잡한 연방 행정 구조와 주(州)마다 다른 규제 환경이 기업 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세계은행의 '비즈니스 용이성 지수'에서 인도는 꾸준히 순위를 올리고 있지만, 토지 취득의 어려움과 경직된 노동법은 대규모 공장 설립을 복잡하게 만든다. 더불어 전체 노동인구의 약 45%가 농업에 종사하며 비공식 경제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과제다.

전문가들은 인도를 '중국의 복제판'이 아닌 '고유한 성장 경로를 가진 신흥 경제 대국'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도는 중국식 국가 주도 제조업 모델이 아니라, 서비스·디지털·고부가가치 제조업이 혼재된 독자적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IT 서비스 수출은 연간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글로벌 기업의 글로벌 역량 센터(GCC) 허브로서 위상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보다, 인도만의 성장 방정식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인도의 부상은 단순한 관전이 아닌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연간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지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한국 기업의 현지화 전략과 파트너십 구축이 더욱 중요해진다. 인도 경제의 성장이 기회인 동시에 경쟁 구도 재편이라는 도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냉정한 분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