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비율이 약 17.4%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는 2019년 3만3천여 건에서 2023년 4만1천여 건으로 5년 새 24% 넘게 증가했다. 전체 면허 보유자 중 65세 이상 비중이 같은 기간 11%에서 15%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사고 증가율이 고령 운전자 증가율을 웃돌고 있어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어나는 핵심 원인으로는 인지 기능과 반응 속도의 저하가 꼽힌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75세 이상 운전자의 위험 상황 반응 시간은 40대 운전자보다 평균 0.4초가량 길었으며, 이 차이는 시속 60킬로미터 주행 시 제동 거리 6.7미터 이상의 차이로 이어진다. 또한 복수의 자극을 동시에 처리하는 분할 주의력이 70대 이후 급격히 저하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여기에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시각 질환이 겹치면 야간 및 교차로 상황에서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실제 사고 유형을 분석하면 고령 운전자 특유의 패턴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사고의 32%가 교차로 및 횡단보도 부근에서 발생했으며, 페달 오조작 사고 비율도 전체 연령대 평균(3.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6.8%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부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80대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해 보행자 다수를 다치게 한 사고는 이런 통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사망·중상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사회적 피해 비용이 불균형적으로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자진 반납 시 교통카드 충전, 지역 화폐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2023년까지 총 37만여 건의 자진 반납이 이루어졌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반납자에게 최대 10만 원 상당의 교통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 65세 이상 면허 보유자 수가 약 43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적 반납 건수는 전체의 8.6% 수준에 불과해 제도의 파급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행 자진 반납 제도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안전 정책 연구자 김모 박사는 '자진 반납은 운전자의 자발적 의지에만 의존하는 구조여서, 인지 기능이 저하된 운전자일수록 오히려 스스로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75세 이상 면허 갱신 시 인지 기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전문의 진단을 거쳐 면허를 취소하는 절차를 제도화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비중이 한국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령 관련 사망 사고 건수가 2017년 이후 5년간 약 30%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그러나 면허 반납 또는 취소 강화 논의가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농촌 및 도서 지역 65세 이상 인구의 경우, 대중교통 접근성이 극히 낮아 자가 운전이 사실상 유일한 이동 수단인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군 단위 이하 거주 고령자의 45%가 '대중교통이 없어 병원을 제때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현실에서 면허 반납을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유도하는 것은 의료 접근성 및 사회 참여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 설계 시 이동 취약 계층에 대한 대안 교통 서비스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들은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이른바 '조건부 면허'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영국은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갱신 의무를 부과하면서, 주간 운전 한정, 특정 반경 이내 운행 제한 등 조건을 달아 면허 효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운영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85세 이상 운전자에게 연 1회 의료 적합성 심사와 도로 주행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한국도 단순 반납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기적 인지 기능 평가-조건부 면허-대안 이동 수단 연계라는 세 축을 갖춘 통합적 고령 운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인구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 문제의 시급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통계청은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 면허 보유자 수도 700만 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를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사회적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 도로 위의 안전과 고령자의 존엄한 이동권, 두 가지를 동시에 지키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