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를 기점으로 대화형 AI 서비스가 일반 대중에게 본격 공개된 지 약 1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여겨졌던 이 기술은 불과 몇 달 만에 직장인의 업무 보조 도구, 학생의 학습 파트너, 소규모 창업자의 마케팅 담당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한 IT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62%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최소 한 번 이상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10%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산 속도는 스마트폰 초기 보급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직장인의 업무 방식이다. 과거 문서 초안 하나를 작성하는 데 평균 2~3시간이 걸렸다면,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같은 품질의 초안을 20~30분 내에 완성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 유통 기업은 사내 AI 도입 6개월 만에 마케팅 카피 제작 시간을 평균 68% 단축했다고 공개했다. 보고서 작성, 이메일 답신, 데이터 요약 등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에서 생산성이 극적으로 개선된 사례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보고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변화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대학가에서는 AI가 작성한 과제물 제출 문제가 교수들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고, 일부 대학은 AI 활용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반면 초·중등 교육에서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보조 도구로서의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실험되고 있다. 교육부가 시범 운영 중인 AI 보조 학습 플랫폼에 참여한 교사들의 77%는 '학습 부진 학생의 이해도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기술이 교육의 질을 높일 수도, 학습 과정의 본질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이 공존하는 셈이다.

창작 영역에서도 생성형 AI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1인 크리에이터들은 AI를 활용해 썸네일 이미지, 스크립트 초안, 배경 음악 등을 손쉽게 제작하면서 콘텐츠 제작 비용을 종전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국내 한 웹툰 플랫폼은 AI 보조 툴을 도입한 작가들의 연재 완료율이 그렇지 않은 작가들보다 23%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원작자의 화풍을 무단으로 학습·모방한 AI 생성 이미지가 유통되는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창작 생태계 내부에서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지형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단순 반복 업무 중심의 직종, 특히 데이터 입력, 번역, 간단한 보고서 작성 등의 분야에서 채용 공고 수가 전년 대비 평균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AI 시스템을 설계·운영·감독하는 역할의 채용 수요는 같은 기간 41% 증가했다.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요구되는 역량의 종류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직무 재편성(Job Reshaping)' 현상으로 명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 속도에 재교육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 신뢰성 문제는 생성형 AI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새롭게 부각된 사회적 과제다. AI는 때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자신 있게 제시하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킨다. 실제로 국내 한 소비자단체가 생성형 AI 답변 500개를 무작위로 검증한 결과, 약 21%에서 사실 관계 오류가 발견됐다. 이용자들이 AI 답변을 별도 검증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잘못된 정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위험도 커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AI 답변에 대한 비판적 검토 능력이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의 1년을 '기술 수용의 시대'에서 '사회적 소화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디지털전환 연구소장은 '기술 자체의 성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이 기술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AI 서비스 접근성이 소득 수준에 따라 갈리는 'AI 격차' 현상도 조용히 고착되는 추세다. 생성형 AI의 두 번째 해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그것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묻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