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국내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생태계가 역대급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스타트업 투자 분석 기관 '코리아벤처캐피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AI 분야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총액은 1조 1,4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8% 증가한 수치로,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단일 기술 분야에서 반기 기준 1조 원을 돌파한 첫 사례다.

투자 유치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생성형 AI와 산업용 AI였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들은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의 집중 투자를 받았으며, 제조·물류·의료 현장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설계와 AI 추론 최적화를 결합한 이른바 'AI 반도체-소프트웨어 융합 스타트업'이 새로운 투자 섹터로 부상한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진출 측면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AI 스타트업 가운데 미국·일본·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을 발생시킨 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230여 곳으로 집계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어와 특정 산업 도메인에 특화된 AI 모델이 일본·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부 스타트업은 현지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기술 수출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정부도 AI 스타트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K-AI 글로벌 도약 2030'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5,000억 원 규모의 AI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AI 규제 샌드박스 적용 범위를 의료·금융·자율주행 분야까지 확대해 실증 기회를 늘리는 한편,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을 강화해 스타트업들이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을 위한 'AI 부트캠프' 프로그램도 전국 주요 거점 도시로 확산 중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AI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대학의 AI 관련 학과 정원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고급 인력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강화되면서 국내 AI 스타트업이 내수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차별화와 특화 도메인 집중이 생존 전략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며, 하반기에도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