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대한민국의 정보 환경은 2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든 수십 초 만에 '그럴듯한' 뉴스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고, 실존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한 영상은 전문 장비 없이도 제작 가능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대중화가 정보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팩트체크'라는 단어는 이제 언론계 내부의 직업 윤리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가 주목해야 할 공공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속도와 정교함이다. 과거의 허위정보는 조잡한 편집이나 문맥의 어색함 덕분에 비교적 식별이 쉬웠다. 하지만 현재의 AI 기반 콘텐츠는 문장 구조, 사진 해상도, 심지어 발화자의 미세한 표정까지 정밀하게 재현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올해 상반기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 응답자의 61%가 AI가 생성한 가짜 뉴스를 실제 기사로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인간의 직관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AI로 만들어진 허위정보를 AI로 걸러내면 그만이 아닐까. 실제로 국내외 IT 기업들은 딥페이크 탐지 모델, AI 생성 텍스트 분류기 등 다양한 자동 검증 도구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팩트체크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AI 탐지 도구 자체가 오탐(false positive)과 미탐(false negative)을 빈번하게 일으키며, 무엇보다 맥락(context)을 읽는 능력은 아직 인간 저널리스트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숫자 하나, 날짜 하나가 틀려도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는 뉴스의 세계에서 AI 도구는 보조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이를 수행하는 언론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오른다. 국내 대부분의 팩트체크 전담팀은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며, 재정적 기반도 취약하다. 클릭 수와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시간과 자원이 많이 드는 검증 저널리즘은 '수익성 없는 작업'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반면 자극적인 제목의 미검증 콘텐츠는 순식간에 수십만 뷰를 기록한다. 팩트체크가 중요하다고 모두가 말하지만, 정작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할 생태계 조성에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팩트체크는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를 소비하는 시민 개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플랫폼 기업의 책임 있는 알고리즘 운용, 그리고 검증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허위정보 하나가 선거 결과를 흔들고, 공중보건 위기를 악화시키며,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AI가 정보를 무한히 생산하는 세상일수록, 그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인간의 노력은 더욱 정밀하고 끈질겨야 한다. 팩트체크는 낡은 저널리즘의 관행이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사회 면역 체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