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조기 형성·폭염 동시 기승…'복합 재난' 현실화

행정안전부는 2026년 7월 들어 본격적인 여름 장마와 폭염이 동시에 기승을 부리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재난안전 대책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전선은 예년보다 약 2주 일찍 형성되었으며, 시간당 100㎜를 웃도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수도권과 충청, 영남 내륙 지역을 잇따라 강타했다. 여기에 낮 최고기온이 38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동반되면서 기상당국은 '폭우와 폭염 복합 재난' 가능성에 대한 경계 수위를 최고 단계로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패턴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기후위기가 바꾼 재난 지형…'복합 재난' 시대의 도래

기후과학자들은 한반도가 이미 '복합 재난 상시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과거에는 폭우와 폭염이 시간적으로 분리되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장마 기간 중에도 폭염 특보가 동시에 발령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대기 정체와 해수면 온도 상승이 결합되어 극단적 기상 이벤트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방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복합 재난 환경에서는 단일 재난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침수 참사의 교훈…대피 매뉴얼 전면 개정

행안부는 이번 점검에서 반지하 주택·고시원·쪽방촌 등 침수 취약 주거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독거노인·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확인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2022년 서울 반지하 침수 참사와 2023년 청주 지하차도 사고 등 반복되는 인명 피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대피 명령 체계를 기존보다 한 단계 앞당겨 발동하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개정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사전 대피 명령 권한을 적극 행사하도록 공문을 발송했으며, 주민 대피 후 현장 검증 절차도 의무화했다. 반복되는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경보 발령 이후 대피'가 아닌 '예보 단계의 선제 대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행안부의 방침이다.

폭염 쉼터 운영 확대·고령자 안부 확인 의무화

폭염 대책과 관련해서는 전국 4,300여 개 폭염 쉼터의 운영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지자체 연계 1일 1회 이상 안부 확인 서비스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야외 건설현장과 농촌 지역 고령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 교육과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폭염 쉼터의 경우 단순한 냉방 공간 제공을 넘어 응급의료 연계 시스템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기능 고도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열질환자 전년 대비 30% 급증…예방 대응 시급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을 포함하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야외 노동자에게서 중증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초기에 증상을 과소평가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며, 이상 증세 발견 즉시 119 신고와 시원한 장소로의 즉각적 이동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지역별 맞춤형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노후 배수·제방 인프라 긴급 보강…62곳 예비비 즉시 투입

인프라 측면에서도 보강 작업이 한창이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노후 배수 펌프장 248곳과 하천 제방 393구간에 대한 긴급 점검을 완료했으며, 이 중 보강이 시급한 62곳에는 예비비를 투입해 즉시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도심 침수 위험지역 69곳에는 스마트 침수 감지 센서와 자동경보 시스템 확충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도시 배수 인프라가 집중호우 대응 능력의 병목 지점이라며, 단기 보수에 그치지 않고 장기 교체 로드맵 수립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AI·위성 결합 산사태 조기경보 시스템 전국 첫 가동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해서는 산림청이 집중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며, 위성영상과 인공지능(AI) 분석을 결합한 조기경보 시스템이 올해 처음으로 전국 단위에 적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강우량·토양 수분·지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과거 사람이 직접 현장을 순찰해야 했던 방식과 비교해 탐지 속도와 범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은 AI 경보 시스템의 경보 정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2027년까지 오경보율을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복합 재난' 시대…취약계층 맞춤 대응 체계 구축 절실

방재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심화로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난'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고령자·장애인·외국인 등 취약계층은 재난 경보가 발령되더라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단순 경보 발령을 넘어선 1대1 맞춤형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재학계에서는 재난 안전 정책이 인프라 투자와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로 이원화돼야 실질적인 인명 피해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재난 취약계층 전담 코디네이터'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9월 말까지 특별 대응 기간…시민 사전 준비도 당부

행안부는 이번 여름철 재난안전 특별 대응 기간을 오는 9월 말까지 운영하면서 관계 부처 간 실시간 상황 공유 체계를 24시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에게는 기상청 날씨 앱과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실시간 재난 정보를 확인하고, 침수 위험 지역 거주자의 경우 비상약·손전등·신분증·현금 등을 담은 대피 가방을 사전에 준비해 둘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역 내 대피소 위치와 이동 경로를 미리 숙지해 두는 것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여름을 계기로 복합 재난 대응 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비해 중장기 기후 적응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